윤활과 뒤채움은 같은 공간을 다뤄도 목적이 다르다
추진관 외주와 굴착면 사이에는 공법과 장비, 지반조건에 따라 틈이 생긴다. 굴진 중에는 이 공간에 윤활재를 공급해 관 외주 마찰을 관리하고 추진력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한다. 반면 추진이 끝난 뒤의 뒤채움은 남아 있는 공극을 확인하고 주변 지반의 이완이나 장기 침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우는 작업이다. 재료를 주입한다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작업 시점, 확인하려는 상태와 완료 판단이 다르다.
둘을 ‘그라우팅’ 한 항목으로만 묶으면 기록의 의미도 흐려진다. 추진력이 급증한 구간에서 윤활 공급이 충분했는지, 완료 뒤 어느 구간을 어떤 순서로 뒤채웠는지 나눠 적어야 한다. 윤활량이 많았다는 사실이 뒤채움 완료를 뜻하지 않고, 뒤채움 압력이 올라갔다고 모든 공극이 채워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계획서와 작업일지에는 목적, 주입 위치, 시점, 재료와 확인항목을 각각 구분한다.
주입구간을 지층·토피·주변시설과 같은 거리축에 놓는다
먼저 추진선형을 따라 지층경계, 지하수, 토피 변화, 도로·궤도·매설물과 인접기초를 굴진거리로 펼친다. 발진·도달 개구부, 느슨한 매립층, 모래층과 자갈층, 암반 전환부처럼 관 외주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 구간을 표시하고 주입구 위치와 담당 범위를 겹친다. 관 번호나 작업일자만으로 기록하면 지표 이상이 나타났을 때 어느 주입구간과 연결되는지 되짚기 어렵다.
윤활 계획은 토질과 지하수, 추진거리, 관경과 장비방식에 맞춰 공급 위치와 빈도를 정한다. 모든 구간에 같은 배합과 간격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굴진 중 추진력과 배토, 선형 변화를 보고 계획 범위에서 조정할 조건을 정해 둔다. 지상으로 재료가 솟거나 인접 구조물·배수시설에서 이상이 보이면 단순한 재료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유출경로와 주변 지반 영향부터 확인한다.
주입구의 담당 범위가 겹치거나 비는 곳도 도면에서 확인한다. 긴 추진구간에서는 앞쪽에 공급한 재료가 뒤쪽 상태까지 설명하지 못하고, 급곡선이나 방향수정 구간에서는 관 외주 접촉이 한쪽에 집중될 수 있다. 지층경계와 관 이음 위치, 주입구 번호를 한 도면에 표시하면 추가 공급이 필요한 구간과 뒤채움 때 다시 확인할 구간을 구분하기 쉽다. 공법이 바뀌거나 중간 추진기지가 추가되면 이 범위도 다시 나눈다.
주입기록은 추진력·선형·지표반응과 함께 읽는다
작업일지에는 굴진거리, 관 번호, 주입구, 주입 시각과 지속시간, 재료 상태, 압력과 사용량을 같은 양식으로 남긴다. 여기에 총 추진력과 작동 잭, 굴진속도, 중단·재가동, 방향수정, 배토와 용출수 기록을 맞춘다. 압력계 영점이나 배관 막힘, 밸브 오조작처럼 설비기록을 왜곡하는 요인도 점검해야 한다. 수치가 남았다는 사실보다 실제 어느 위치에 어떤 상태로 공급됐는지가 중요하다.
추진력이 오르는데 특정 주입구의 반응이 없으면 관 외주 마찰, 배관 상태, 선형 편차와 지층 변화를 차례로 확인한다. 반대로 주입 반응은 정상처럼 보여도 지표침하, 포장 균열, 궤도나 인접시설 계측 변화가 나타나면 굴착량과 배토량, 막장 안정과 주변 유실 가능성을 다시 본다. 윤활주입으로 추진력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지반 상태가 안정됐다고 결론내리지 않는다.
정지 뒤 재가동할 때에는 직전 정상구간과 비교할 기준을 따로 남긴다. 정지 동안 윤활막의 상태, 지하수 유입과 관 외주 토사의 거동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첫 추진부터 평상시와 같은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 초기 추진력과 각 잭의 편차, 주입 반응, 선형을 짧은 구간에서 확인하고 이상이 겹치면 추가 압력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원인을 점검한다. 이 기록은 나중에 관체나 반력설비 문제와 지반 마찰을 가르는 근거가 된다.
뒤채움은 구간별 충전과 주변 반응을 확인하며 마감한다
KCS 61 70 05는 관 내면에서 적절한 간격으로 뒤채움을 시행하고 배합을 지질조건에 따라 정하도록 다룬다. 기준은 주입압력의 표준도 제시하지만, 그 값을 현장 공통의 완료조건으로 옮겨 쓰지는 않는다. 관체와 이음부가 받을 수 있는 하중, 토피와 지하수, 주변 구조물, 재료의 흐름과 주입설비를 함께 검토해 승인된 계획을 정하고, 저압으로 구간별 반응을 확인하며 진행한다.
완료기록은 전체 사용량 하나보다 주입구별 시작·종료 시각, 압력과 사용량의 변화, 인접 주입구의 반응, 누출과 지표계측을 남기는 편이 원인 추적에 유용하다. 예상보다 빨리 압력이 오르면 충전 완료로 단정하기 전에 배관 막힘이나 국부 폐색을 확인한다. 사용량이 계속 늘면 큰 공극, 재료 유출 또는 지반 내 이동 가능성을 살피고 작업을 멈춰 범위를 다시 정한다.
선형 수정, 정지기간 증가, 지층 불일치나 지표 이상이 있었던 구간은 뒤채움 계획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굴진기록과 주입기록, 준공측량과 주변 계측을 묶어 어느 구간을 보완할지 결정한다. 완료 뒤에도 같은 측점에서 지표와 인접시설 변화를 관찰해 주입 당시의 안정과 장기 침하를 구분한다. 윤활과 뒤채움이 각자의 목적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추진 완료 기록도 설계조건에 되돌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