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조건은 지하수선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배수계획이나 현장 배수상태가 달라졌다면 기존 안전율을 다시 계산하기 전에 지하수위와 간극수압 분포부터 고쳐야 한다. 산마루·소단 배수로의 단절, 수평배수공 막힘, 유출구 표고 변경, 상부 포장 확대는 물이 모이고 빠지는 경로를 바꾼다. 설계 당시 수위를 일정하게 올려 그린 우기 조건만 반복하지 말고, 지반조사와 계절별 관측수위, 강우 전후 용출 위치를 근거로 지하수위법과 강우침투해석 가운데 현장을 더 잘 설명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사면 내부의 물은 항상 연속된 직선 수위로 나타나지 않는다. 투수성이 다른 지층 경계나 성토부와 원지반 접촉면에는 국부 포화대가 형성될 수 있고, 암반에서는 절리와 파쇄대를 따라 용수가 집중되기도 한다. 젖은 흔적 하나를 전체 수위로 확대하는 것도, 건기에 확인한 낮은 수위를 전 구간에 적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시추공 수위, 간극수압계, 배수공 유량과 사면의 용출 흔적이 서로 설명되는지 대표 단면별로 맞춰 본다.
강우자료와 배수계획을 같은 해석조건에 놓는다
확인자료는 최신 사면 평면·단면, 지반조사보고서, 배수계획과 준공도, 보수이력, 강우량과 같은 시점의 계측기록이다. 강우침투해석을 적용한다면 해당 지역의 강우강도와 지속시간, 지층별 투수계수, 초기 함수상태와 포화·불포화 특성을 입력한다. 지하수위법을 택한 경우에도 수위선의 위치를 지형과 배수조건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 시점이 서로 다르면 비가 오기 전 수위와 우기 최고수위를 섞어 하나의 관측값처럼 쓰기 쉽다.
KDS 11 70 05는 토층·풍화암 깎기비탈면의 우기 검토에서 지하수위를 정해 해석하는 방법과 강우침투를 고려하는 방법을 구분한다. 현행 기준상 지하수위법은 적용 근거를 명확히 남기고 기준안전율 1.2를, 강우침투해석은 설계정수와 해석방법을 밝히고 1.3을 적용한다. 숫자만 바꾸어 두 방법을 오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 침투해석에서는 수위 위쪽 불포화층의 변화까지 다루므로, 함수특성이나 투수성 자료가 부족한 현장은 입력값의 출처와 민감도를 함께 제시해야 결과의 적용범위가 드러난다.
굴착면에서 드러난 물길이 계산서를 고치는 시점
현장 확인은 비가 그친 직후 물의 경로를 따라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상부 자연사면에서 산마루 배수로로 들어오는 흐름, 소단에 고이는 구간, 종배수로 연결부, 하부 방류지점 순으로 살핀다. 면상 용출, 녹슨 흔적, 세굴, 식생이 유난히 짙은 띠와 배수공별 유량 차이는 지층 경계나 막힘을 찾는 단서가 된다. 한 차례 건기 점검만으로 배수 성능을 판정하지 말고 강우량과 경과시간을 붙여 사진과 계측값을 남긴다.
배수공이 도면에 있다는 이유로 해당 구간의 간극수압을 없애는 오류도 잦다. 지하수 배수시설은 예상 수위와 용수량, 지층별 투수특성을 바탕으로 위치와 용량을 정하고 지표수 배수계통이나 자연 방류로 이어져야 한다. 토사 유입으로 관이 막히거나 출구가 잠기면 설계한 수위저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표면 배수는 외부 유입수를 줄이고 수평배수공은 내부 지하수를 낮추는 역할이므로, 둘 중 하나를 다른 하나의 대용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사면경사와 소단 폭, 상부 재하조건, 포장·조경 범위, 배수로 또는 수평배수공 위치가 바뀌면 우기 해석도 함께 갱신한다. 변경된 단면에서 파괴면을 다시 탐색하고, 토사와 암반의 파괴형태를 나누며, 배수 성능이 저하된 조건도 비교한다. 굴착 중 드러난 지층과 절리, 실제 용수가 설계 가정과 다르면 계산서만 고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배수도면·시공순서·계측 위치를 같은 조건으로 맞춘다. 다음 강우 뒤 관측 반응이 예상과 다르면 그 차이가 다시 해석조건을 수정할 근거가 된다.


